초대일시 / 2024_0905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동호_강보경_강선희_강승주_고혜숙_김성연 김수경_김순임_김양선_김영란_김영숙_김윤신 김정연_김정희_김태수_김하림_김형주_김효숙 김희용_나진숙_문 희_박재연_박현주_백연수 백인정_서광옥_손정은_송수영_신유자_신은숙 신은주_심부섭_심영철_안재홍_양화선_양희연 오귀원_유당주_이경순_이경희_이선화_이완숙 이원정_이윤숙_이재신_이정진_이종애_이주현 이준영_이지윤_이희진_임순자_장선아_장지영 전소희_전미영_정미숙_정소영_조성옥_조숙의 조윤득_조정화_지연신_최미애_최미정_최은정 최희정_한기늠_허난숙_허유정_허정은_홍애경 황인자_황지선(총74인)
주최 / 한국여류조각가회 후원 / 흰물결갤러리 총괄기획 / 김하림 부분기획 / 백연수_성연진_송수영
관람시간 월~금요일_11:00am~07:00pm 토요일_11:00am~06:00pm 일,공휴일 휴관
흰물결 갤러리 Whitewave Gallery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50 흰물결아트센터 1,2층 Tel. +82.(0)2.536.8641 www.whitehall.kr1974년 1월 12일 조각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하던 시절에 김정숙(초대 회장), 윤영자(2대 회장)를 위시하여 김윤신, 최효주, 진송자, 이양자, 윤미자 등 선구자적 여성 조각가들이 모여 불모지에 가까운 이 땅에 여성 조각가들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창립하였습니다. 그해 9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창립전을 가짐으로 한국에 여성 조각가들의 존재를 외치고, 다섯 번의 강산이 바뀌는 동안 서로 격려하며 정진하는 가운데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 회는 창립 당시 30여 명의 회원으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200여 명의 전국 여성 조각가들로 조직된 명망이 있는 단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유리천장을 깨며 나아가는 세월에 어려움도 많았으나 늘 앞장서서 헌신하고 이끌어주신 역대 회장님들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임원진들에 의해 회가 더욱 단단하게 성장했다고 사료됩니다. ● 창립 목적에도 있듯이 그동안 한국여류조각가회는 결혼, 출산, 자녀 양육 등 다양한 사유로 경력이 단절되어 다시 조각가의 길을 걷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여성 예술가들을 품어주고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였고, 출신학교와 지역의 한계를 넘어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폭넓은 활동 반경을 제공해왔습니다. 또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8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 전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전, 중국 시안전 등 꾸준한 해외 교류전을 통해 한국 여성 조각가들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정립하고 길을 넓혀왔습니다. ● 예술가로서 각자의 자아가 강하고 개성도 남다른 조각가들이 오랜 세월 한 울타리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단체전, 세미나, 워크샵 등 교감을 계속해 간다는 것은 미술사에서도 여성사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여류조각가회는 여성 조각가들의 권익을 넘어 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등 약자들을 위해 어머니의 마음으로 따듯한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반백 년의 작은 반환점을 돌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래 50년을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투쟁의 여성사를 뒤로하고 더욱 성장하는 여성 조각가들의 걸음걸음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한국여류조각가회의 50주년 행보를 빛나게 해주신 흰물결 갤러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임순자
투사가 된 여신의 딸들 ● 기원전 3~4000년경 남성신(男性神)이 등장하고 가톨릭, 유교, 불교 등 남성 위주의 종교가 전파되기 이전에는 마고여신이 세계를 관장하였다. 우리나라도 단군 신화 이전 태초의 신화는 창세여신(創世女神)인 '마고 할미'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학계의 자료가 부상하고 있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신의 창조행위를 모방하는 행위라는 말이 있다. 실로 창조의 대모신(大母神) 마고 할미에게 재능을 부여받은 여성 조각가들은 모두 여신의 딸들이라 할 수 있다. 흙과 바위를 붙여 산을 만들고 대지를 깎아 바다를 만드는 활탈(活脫)의 기예는 따라갈 수 없지만, 자신의 개념을 형상으로 구현함에 있어 깎아 내는 조각(彫刻), 붙여가는 소조(塑造)의 감산법과 가산법을 사용하는 것은 혹사(酷似)하다. 세상을 창조한 마고 할미의 자손일지라도 조각가의 길은 여느 미술 분야보다 신체적 힘, 작업공간, 유해한 공정, 다양한 공구의 활용뿐만 아니라 수장고 조건 등 어떤 분야보다 여성에게 난관이 되는 요소가 즐비하다 보니 여성의 삶이 녹녹지 않다. 우리 사회 많은 분야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홀로 선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객관적인 인원 통계가 증명할 정도로 미술계에서도 그 수가 적고 험난한 조각가의 길을 걷는 여성은 실로 투사들이다.
서양화나 한국화애 비해 불모지에 가까웠던 미술계에 유학파 1세대 여성 조각가들과 국내파 여성 조각가들 소수가 모여 1974년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창립하였다. 서양에서는 1970년대 페미니즘이 활발히 떠올랐지만,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80년대 후반이니 한국여류조각가회의 태동은 외부의 영향이라기보다 자생적인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초대 회장직을 맡았던 김정숙(金貞淑, 1917~1991) 선생은 1세대 유학파 여성 조각가로서 1950년대 한국 초기 추상조각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창립하여 차별에 대해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내부로 여성 자신들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였다. ● 2대 회장직을 역임했던 故 윤영자(尹英子, 1924~2016) 선생은 김정숙 선생과 함께 1세대 여성 조각가로 양대 산맥을 이루었으며 '홍익대학교 미대 1호 입학생'이자 '여성조각가 1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할 시기에 파리, 로마 등에서 해외교류전을 개최하며 여성 조각가들에게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었으며 자택으로 회원들을 불러 그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해외자료를 보고 교육해가며 채찍질을 하시며 동지와 후배들을 이끌어 갔다. ● 당시 한국여류조각가회 창립에 원동력이자 기폭제가 되어주신 또 한 분의 여성 조각가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로 호평을 받은 김윤신(1935~ ) 선생이다. '전기톱 든 90세 소녀'라는 별칭이 붙은 목조작가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과 세련된 감각으로 수많은 여성 후학들의 Role model이 되었다. 1959년 홍익대학교, 1964년 파리 국립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왕성한 작품활동과 함께 후학을 양성하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40여 년을 타국서 살았다. 한국에 없는 목재로 그녀만의 동양철학을 펼치는 영원한 현역 작가로서 오늘도 뒤를 따르는 후배들을 위한 길을 만들고 있다.
선구자들 아래 한국여류조각가회의 헌신의 바톤은 3대 강은엽, 4대 임송자, 5대 고경숙, 6대 김효숙, 7대 황영숙, 8대 故 진송자, 9대 김정희, 10대 이종애, 11대 신은숙, 12대 오귀원, 13대 조숙의, 14대 심영철, 15대, 서광옥, 16대 황지선, 17대 임순자로 이어지며 여성의 정체성을 살리고, 한부모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에 약자에 힘을 실어주는 행사, 해외교류, 웹 사이트구축, 역사서 발간 등 회를 발전시키고 키워가는 업적을 축척하고 있다. ● 여성 조각가들의 둥지이자 보육기이며 안식처가 되어준 한국여류조각가회는 파란만장한 5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찾아낸 고대 그리스어 '시그노미(sungnome)'는 이해하다', 공감하다', '봐주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고 할미의 딸들이 한국여류조각가회라는 둥지에서 반세기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것은 회원간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을 통하여 교류하고 정신적 해방을 공유할 수 있는 시그노미로 서로 연결되어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멍울지고 참기 힘든 통점을 약보다 더 신묘하게 낫게 해주는 우리네 어머니의 약손이 있듯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해간다 해도 여성 조각가들로부터 창조된 작품에는 통곡의, 환희의 혼이 함께하고 있다고 본다. 흰물결 갤러리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펼쳐지는 『POSTFIFTY AND ONE_50년 이후, 또 한해』 기념전을 통해 여성 조각가들의 손끝에서 비롯되는 차고도 뜨거운 작품들은 넋두리 후 개운함처럼 恨을 興으로 전환하여 대중의 공감을 이끌고 치유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50년을 딛고 미래의 길을 만들어갈 한국의 여성 조각가들에게 따듯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글을 마친다. ■ 김하림
Vol.20240905b | 50년 이후, 또 한해 Postfifty and on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