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류조각가회 45주년 기획전시 I,WOMAN.- 김경아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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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MAN
C아트뮤지엄 2018. 5. 28 (월) ~ 6. 27 (수)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 402
선화랑 2018. 7. 5 (목) ~ 7. 17 (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84
전시기획 : 김경아 (독립 큐레이터)
“여성이기 때문에 남다른 고민과 어려움이 운명처럼 맴돌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자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뭉쳐보자는 힘도 컸다고 봅니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관심도 많다고 봅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저희는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무진 애를 써왔습니다.”
- 김정숙, <제2회 한국여류조각가회전> 도록 인사말 중, 1975
여성 그리고 조각가. 둘의 성공적인 조합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그리 많지 않다. 지금도 그런데 하물며 1970년대엔 오죽했으랴. “여성이기 때문에” “무진 애를 써온”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정숙, 윤영자 등이 주축이 되어 1974년 창립한 한국여류조각가회. 남성이 대부분인 조각계에서 여성 조각가들이 겪는 차별적인 대우와,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여성 조각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조각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철저한 작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미술단체다. 창립전은 “사실상 화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조각가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에서 조각을 전공한 33명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열었다.
한국여류조각가회가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매년 쉬지 않고 정기전을 개최하고, 이따금 미술관과 화랑 초대전뿐만 아니라 해외전도 열었다. 현재 회원 수는 300명을 넘고, 정기전에 출품하는 작가 수도 100명에 달한다. 그 양적 성장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여성 조각가들의 질적 성장은 얼만큼 이루어졌을까? 이번 전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우선, 창립 회원들과 역대 회장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역사를 선적으로 되짚어 본다. 그리고 현재 회원들의 작품을 몇 개의 고원으로 설치함으로써 한 단계 높은 곳에서 우리나라 여성 조각가들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책 <천 개의 고원(Mille Plateaux)>에서 모티프를 얻은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의 2001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인류의 고원(Plateau of Humankind)’에서 영감받았음을 밝힌다.
‘여성이 중심인 역사(Herstory)’와 ‘고원(Plateau)’으로 한국여류조각가회의 45년과 현주소를 성찰하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창립 때부터 깊은 자각이 이루어졌던 “여성이기 때문에”에 초점을 맞춰 ‘I, WOMAN’으로 정했다. 미투 운동이 미국 영화계를 넘어 전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우리나라도 미투 운동이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남녀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최근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주제다. 그러므로 45년 전인 1974년 “여성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에 ‘공감’하고 스스로 ‘연대’하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선구적인 미술사적, 여성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이 <아트뉴스(Art News)>에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라는 글을 발표한 것이 1971년임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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